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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재수리 2007. 9. 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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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가능하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 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 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찍일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 할거야
이를테면, 
쇠고기를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를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듯할거야 
이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냄새 나는 신문을 볼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서툴지 않게 눈을 감고 다가가서 
당신의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거야 
그래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히 들던 햇빛이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때는
창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단 말 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대
나 왜 그렇게 어리석을까 말할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가슴 덮힐 스웨터를 뜰거야 
백화점 가서 
잿빛모자 두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볼거야
눈이 내릴까.....
가을에는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 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에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들고 
서재로 가는거야 
벽 난로 곁에서 잠깐씩 졸아가며
좋은 싯귀 있으면 
서로에게 들려주며
나~ 그렇게 당신과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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